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잘 봤습니다.



2013.2.4.


고양이가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운다.

주인공은 고양이에게 인기 많은 여자다. 많은 고양이가 그녀를 따르고 함께 생활한다. 그녀의 본업은 확실치 않지만 부업으로 고양이들을 리어카에 싣고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라고 외치며 돌아다닌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양이를 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 내용이다. 떠난 남편의 빈자리를 고양이로 채우는 할머니, 아내와 딸에게 받지 못한(?) 정을 고양이한테 받는 아저씨, 고양이를 통해 혼자가 아니게 된 여직원. 그리고 한 명 더 있지만 패스. 영화는 '외로움으로 마음에 생긴 구멍'을 고양이로 메우는 걸 보여준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못해서 그 구멍을 고양이로 메울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구멍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경우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우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커지는 탓에 무척 고생한 기억이 있다. 한동안 폐인 생활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구멍을 메운 건 아니고 아직도 뚫려있다. 구멍에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극복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아프지는 않다. 영혼에 새겨진 상처들은 결국 자신이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영화에서 사람들은 외로움에 고양이를 빌린다. 자신이 죽기 전까지, 결혼하기 전까지 빌리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결국 상처의 근본적인 회복은 아니다. 주인공의 욕망(?)도 고양이가 해결하진 못한다. 하나 예외가 있는데 고양이를 빌렸다가 그대로 분양 받아 문제를 회피해버린 아저씨의 경우다. 고양이는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고양이로 덮어버린 자신의 상처와 다시 대면할 것이다. 원래 반려동물의 자리에 사람이 들어가야 맞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이 세상이 조금 슬프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나온 건 아니지만 이런 말이 떠오른다.
'고통과 가슴앓이와 그런 것들은 지나가는 거예요. 소나무는 자기 몸을 보호하려고 송진을 내보내고, 풀은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하려고 향이 나오잖아요. 근데 사람도 영혼에 상처가 있어야, 그게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거든요?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근데 상처가 크고 깊을수록 향기는 더 나는 것이죠.'

모두 지지 마시길.


ps. 글에서 구멍이니 상처니 말장난한 기분이 들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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