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과 삶! 이 두가지가 이토록 강렬하게 대비되는 영화가 과연 있었던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대니 보일'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127시간이다. 개봉 당시에는 나와 인연이 없었는지 보지 못했고 이제서야 볼 수 있었다. 그저 협곡 사이에 끼여 127시간 뒤에 구출되는 단순한 이야기로 기억했다. 대체 이런 내용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몰라서 아무 생각 없이 봤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다. 영화를 보고 제대로 한 방 먹었으니까. 그렇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미리 줄거리를 접하지도 말고, 예고편도 보지 않은 게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딱히 스포라고 할 만한 글은 아니지만(그저 소감) 127시간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읽지 말고 그냥 바로 영화를 보시길.
영화의 첫 부분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터질듯한 젊음을 내뿜으며 인생을 즐긴다. 무서울 것 하나 없는 혈기 왕성한 청년. 항상 자기를 걱정하는 어머니나 상처 받고 떠난 옛 애인은 신경도 안 쓰는 그런 놈으로 나온다. 그렇게 봤다. 한평생 죽음따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이 평범한 친구가 운 나쁘게 계곡 사이에 끼여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탈출할 방법부터, 점점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생을 돌아본다. 우리 삶에 가장 기본적인 태양과 물의 소중함도 절절하게 느낀다. 삶과 죽음을 이러저리 오가며(당연한 얘기지만) 결국에는 삶을 선택한다. 그는 삶이 가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건 얼마전에 본 '아무르'와도 굉장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아무르'에서는 삶은 더 이상 희망의 빛으로 넘치지 않았으며 그 노부부에게 남은 거라곤 다가올 죽음 뿐이었다. 살고자하는 의지를 넘어서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 여튼 127시간에서 주인공이 계곡을 나와 차란한 빛 속으로 걸어가는 장면에서 오열을 터뜨렸다. 내가 가진 이 생명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너무도 고마웠기에.
ps.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잔인함. 보다가 토나오는 줄 알았음. 고어물이나 슬래셔무비에서는 맛 보지 못한 날 것의 생생함이 살아있음. 연출의 승리! 28일후 보면서 감독이 이쪽으로 끼가 있다고 느꼈는데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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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갈때는 꼭 행선지를 사방에 알리자.. 는 교훈을..